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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04 12:48
전화 한 통과 머리 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7,312  

전화 한 통과 머리 띠

 얼마 전 아침 9시가 조금 넘자마자 전화가 울린다.

아주 드믄 일이기에 긴장을 하였다.

이른 오전에 전화가 오는 일은 좋은 일보다는 좋지 않은 일일 가능성이 많고 특히 요즘은 부고가 많기 때문이다.

긴장을 하고 전화를 받아보니 거래처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인데 우리 담당자도 아니었다.

정확하게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이야기인 즉, 회사 감사과에서 감사를 했는데 은행에 제출된 치과의사 면허증의 발급일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위조일 가능성에 대하여 조사하라는 지침을 받았으니 발급일자를 가르쳐 달라는 전화였다.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치과의사 면허증을 운전면허증 같이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필자가 머리가 좋아서 중요한 면허증이니 발급일자까지 외우리라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침 일찍 온 전화에 긴장했던 것과 하찮은 일로 아침을 방해 받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지점장에게 전화하여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잘 알지는 못하는데 3년차가 무엇인가 실수를 한 모양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또 비슷한 시간에 전화가 울렸다.

역시 긴장한 상태에서 전화를 받으니 같은 은행의 다른 직원인데 오늘의 이유는 진료비 결제카드 대금 전체가 자기네 은행으로 입금될 수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며 그러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은 뉘앙스로 협박 비슷하게 한다.

어이가 없어서 그것은 부탁할 일이지 협박할 내용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또 지점장에게 물으니 잘 모르는 일이란다.

나이 어린 신입들이 자꾸 지침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고는 자꾸만 사고를 친다며 미안하다고 하시고 통화를 끝냈다.

요즘 코미디의 소재인 갑을의 개념이 전혀 확립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며칠 전 있었던 병원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환자 안면사진을 찍을 때, 귀와 이마가 보이게 하려고 머리핀을 사용하거나 머리띠를 사용하는데, 머리가 스포츠인 남자환자가 머리띠를 하고 찍힌 사진을 본 순간 여러 가지 일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지시받은 사항을 이행하려고 상대에 대한 아무런 배려도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하는 은행직원이나 짧은 스포츠 머리에 머리띠를 하고 사진을 찍은 우리 직원이나 모두 같은 시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대는 극성한 어머니들의 간섭 속에 학창시절을 보낸 시대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일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그 내면속에는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는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학습되어 왔기에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치맛 바람이 시작되며 마마보이로 큰 남자들은 거의 해당이 될 것이며 이제 사회에서 실제적으로 그 문제점이 나타나는 일면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생각없이 시키는 일만을 충실하게 해온 엘리트 집단들이 자율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만들어 낸 폐해는 위에서 설명한 몇 가지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사회의 한 핸디캡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남는다.

결국 장기간, 아주 오래된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만들어낸 사회 현상이라 할 수 있다.

70-80명이 콩나물시루와 같은 교실에서 초등학교시절을 보내며 양육에까지 신경을 쓸 수 없던 부모 밑에서 스스로 살아온 50대 관리자와 주입식 교육의 희생자인 30대들이 직원으로 같이 일을 하는 직장현실은 서로가 서로의 세대에 대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아픔이 있다.

50대는 30대를 한심하고 나약하다고 생각하고, 30대는 자신들은 똑똑한데도 불구하고 50대가 트집이나 잡고 옛날이야기나 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수구골통이라 여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50대는 30대를 살아온 경험이 삶속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비록 스마트폰이 폴더폰 보다 불편하지만, 그들에게는 머리띠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율적 사고와 오후까지 기다렸다 전화 할 수 있는 인내심과 배려심이 있다.